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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양성이 인정되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그렇기에 다양한 의견과 입장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다 보면, 아무래도 서로 의견이 다르거나, 입장 차이가 생겨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상대방과의 입장 차이가 발생할 경우,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 것일까?
교과서에 나올법한 모법적인 답변으로는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 하고,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일지라도 겸허하게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실제로 그러한 자세와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실제 상대방과 의견 다를 경우에 우리는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있을까?
TG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대방과 입장이 다를 경우, 19세 이상 성인 중 42.8%가 자신의 입장을 주장한다고 응답했으며, 상대방의 입장에 따른다는 응답은 13.1%로 나타났다. 중립적인 입장이 가장 많은 것으로 보이나, 상대방의 입장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3개년의 추이를 봤을 때, 자신의 입장을 주장한다는 응답의 비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사람들은 상대방과 의견이 다른 경우에 상대방의 입장을 따르기 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 경우가 더 많으며, 그러한 경향성은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방과 의견이 다를 경우에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 사람들, 즉,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높은 자기 효능감과 강한 성취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은 스스로를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경쟁에서 꼭 이겨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논쟁이 발생했을 때, 이들이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효능감)이 있고, 강한 성취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가 능력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인해 논쟁에서도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게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들은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풍족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소득 및 직업별 비율을 살펴보면, 개인 소득이 높을수록 자기 입장을 주장하는 비율이 높았다. 또한 직업이 행정/ 경영/관리직, 전문직인 경우에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는데, 이들이 높은 효능감과 강한 성취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회경제적 배경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관리직/전문직 등에 종사하고 있고, 높은 소득을 가지고 있기에 높은 효능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자기 주장이 강한 성향을 가지게 된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상대방과 의견이 다를 경우, 상대방의 의견을 따르기보다는 자기 입장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과연 이게 잘못된 것일까? 앞선 결과에 대해 남의 말은 듣지도 않는, 그런 이기적인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과도한 해석인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를 경우,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 사람과 상대방의 입장을 따르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자기 주장을 하는 사람이 더 이타적이고, 다른 사람들과 사교적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의사 결정시 주위 사람과 상의를 한다는 응답도 더 높은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주로 따른다고 해서 더 옳고 도덕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대인관계가 원만한 것 역시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과 같이 다양한 생각이 범람하는 세상 속에서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다른 이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그저 상대방의 의견과 입장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듣지 않은 채 맹목적으로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고 할 수 있으나, 스스로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행위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저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수용하기만 하는 태도가 생각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 다른 사람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는, 설령 그것이 잘못된 생각일지라도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이 표현의 자유이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상대방의 입장을 주로 따른다고 할지언정, 그것이 이타적이고 사교적인 삶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면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주장해보는 것이 어떨까. 이왕에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